결국 오타쿠는 다들 마조히스트다

1.

엊그제도 대충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근래 밀렸던 일정을 몰아치우듯 해치우며 한참전에 공사중이던 2인커 홈도 고치고 있는데요. 디자인 소스를 미리 받아놔서인지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희열을 느끼는 저 자신에게 다소 실망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런 얘깁니다. 아니라고 하면서 나는 마이너 작품을 읽고, 꼭 그런 작품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면서 내 인생을 한번 천국에서 지하로 추락시켜버린 못된 뭐시기를 덕질하고, 아니라면서 등산같은 걸 좋아하고…(사실 이건 아니라고 한 적 없습니다. 이야기 흐름 맞추는 중입니다.)

웹코딩은 결코 코딩이 아니지만, 프로그래머들이 소리지르는 것과 정확히 비슷한 포인트에서 소리를 지르고 괴로워하다가, 이게 왜 되는지 잊어버리는 과정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분명 대충 2~3년전까지만해도 쥐뿔 아무것도 아니었던 저는 개체 배치도 어려워 쩔쩔매는 녀석이었는데 이제는 php버전에도 안맞는 cms를 깔았다가 울면서 오류난 부분들을 고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j쿼리를 잘 다루게 된 건 전혀 아니므로… 용감하게 개체에 애니메이션을 넣고 싶어! ~하면 이런 효과가 나면 좋겠어! 하고 덤볐다가 개쌍욕을 하면서 제로사이다를 들이킨뒤 울며 잠드는건 여전합니다.

워드프레스를 만지다보면 디자인의 자유가 엄청나게 하락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다른 cms로 넘어갈때 갑자기 실력이 늘었다는 착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아, 다리에 매달아둔 모래주머니 1톤을 빼는 걸 깜빡했군… 이제부터 진짜다.” 하는 것처럼요. 이게 다 유료테마 안써서 그런거다 싶기도 합니다. 유료테마는 말이죠. 겪어보지도 않았지만 저같은 초보에겐 ‘이것만 있으면 우환이 싹 사라져’ 수준으로 멋져 보이는 무언가입니다. 여태 그렇게 바라보면서도 안 산 이유는 당연히 제가 필수 플러그인 까는 것도 귀찮아하면서 테마 관리를 열과 성을 다해 할리가 없기 때문이죠.

일례로 저의 2인커 홈은 (조만간 가능하면 여기에 배너도 달고 싶네요.) 가독성도 그럭저럭 챙기긴 했습니다만 그런 것보다도 일단 무조건 맥시멀리즘 그 자체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저는 그게 너무 좋단 말이죠? 개체를 어떻게 배치할지, 뭐를 고정할지, 어떤 것에 링크를 걸지 고민하는 작업만해도 무척 즐겁습니다.

그런데 제 홈을 보세요.

물론 이 홈페이지의 목적에 아주 충실합니다. 1. 로딩 빠르고 2. 글이 잘보이고 3. 2번때문에 이미지라곤 첫페이지에 달아놓은 나사 사진이 답니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 자식…그냥 일 없으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긴 싫은게 아닐까?

사람은 소통을 하고 살아야합니다… 제가 2인커라도 하겠다고 안했으면 한평생 이상한 글이 메인에 걸린 변방의 사이트에서 이상한 글 올리며 홀로 살았겠죠… 지금도 같다고요? 그 말도 맞습니다. 하여튼 반강제적으로 할만한 계기나 동기가 없으면 열심히 안합니다. 힘들 것 같다면서요. 그런데 …

무서운 사실 : 저는 힘들면 막 재밌다는 겁니다…

2.

또 웹코딩 얘기입니다.

최초로 컴퓨터를 개발한게 누구냐고 하면 의견이 분분하죠. 그 중에 앨런 튜링 있잖습니까. 앨런 튜링얘기를 다룬 영화를 봤었는데요. 지금은 제목은 기억 안나고 베네닉트 컴배비치가 눈에 익은 외롭고 상처받았고 좀 성질 나쁜 (나빠져가는) 천재를 연기했다는건 기억납니다.

그래요 물론 코딩이랑 다르지만… 전 그래서 코딩은 안하기로 했습니다. 뭐랄까… 기계한테 길들여지는 기분입니다. 뭔 개소린가 싶겠지만 이게, 다른 사이트에 딸린 블로그를 쓰다가 홈페이지를 만들면서부터 저는 파일질라(이 친구를 통해 서버의 파일을 다운받고, 수정하고, 다시 올려야합니다.)를 쓰는게 너무 귀찮다고 해왔는데요. 워드프레스는 그래서 한번 업로드해놓고 관리자 페이지에서 업뎃후 확인하기 좋게 차일드 테마나, 테마 편집기를 직접 제공하지 않습니까? 플러그인도 많구요… 그런데 저는 워드프레스 1년 이후로 너무 많은 불만에 차 있었습니다. 나는 이 플러그인으로 안되는데… 내가 하고 싶은건 이게 아닌데… 이 테마는 수정이 편하다면서 어디에 뭘 만져 놓았는지, 어떤 함수가 내가 넣은 거랑 충돌하는지를 모르겠잖아! 이 쓰레기! 이러고 말이죠. 그런데 그러다가 커뮤뛰던 놈이 커뮤에 (그것도 저같은 오래된 놈을 위한 홈페이지형 커뮤) 적합한 아보카도 에디션을 만지면서 너무 편하고 필요한게 다있다고 좋아하고 있는겁니다.

저는 php 버전을 너무 높게 깔아서 기본 게시판부터 다 수정해야했는데도 말이지요…그냥 제이쿼리는 어렵고, 그런데 php는 그동안 늘었고.

그러니까 정신을 차리니까 이게 편할리가 없는데 편하고 즐겁고… 재밌고…

적다보니까 코딩이 문제가 아니라 대충 글쓰는 거나 덕질도 늘 이랬던 것 같아요. 공부같은 것도 말이죠. 처음에는 에세이 단편 하나 적기 싫다고 울고불고 하지만 교수가 과제로 30페이지를 내주면 그 다음부터 뭐든 갑자기 괜찮아지는 겁니다.

긍정적인 효과일까요?

적다보니까 프로그래밍 해야될 것 같네요…

참, 앨런 튜링이 떠오른 이유는 그거예요. 이제는 파일질라도 너무 편하고, 적용하면서 쿠키 삭제하고 새로고침 하고 이러는 작업도 무척 좋고 이렇더랍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저는 그 시절 튜링처럼 펀치기계로 뚫은 코드를 넣은 다음에 이게 될지 확인하려고 연산하는 3시간을 기다려야했다면 실패를 3번쯤 겪은 시점에서 정신을 잃고 “이 못된 기계놈, 인간을 넘어서려고 하지마라!!!” 부쉈을 겁니다.

이 얘기하려고 들어왔습니다.

좋아하는 짤을 올려두고 갑니다. 저의 웹코딩 폴더에도 저장해뒀어요. 세상 모든 이글루스와 티스토리와… 하여튼 당신이 적어둔 코드가 저를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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