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하고 지금도 또 하는 그 이야기

1.

그거 아시나요, 요즘 책을 놓을 데가 부족합니다……어째서? 진짜 구라같아요 모든 게… 분명 나는 작년에 책꽂이도 장만하고 일부러 책도 정리하고 내 책상에는 바로바로 필요한 책만 얹으려고 공간도 마련하고 그랬는데. 정신을 차리니 달력 놓을 공간도 부족하고 막 읽으면서 정리하고 독서대 놓을 공간도 부족하고 말이죠. 바닥에는 40cm 쌓인 뭐시기가 있고. 빌린 책 거실에 쌓여있고.

생각해보면 책을 사니까 자리가 부족하고 책을 빌리니까 자리가 부족하고 자꾸 책상에 뭘 두니까 자리가 모자라고 이런거거든요. 이게 아무래도 시사인 같은것도 전자책 후원으로 전환하고 전기가오리는… 끊을 수가 없고 (전 초기부터 지금까지 전기가오리 서비스가 너무 좋았고, 늘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이 멋쟁이 가오리는 저의 부동산을 착실하게 채워나가며, 저를 방구석으로 몰고 있습니다.) 전기가오리 하세요. …세태 분석과 더불어 철학 기초를 다지기 좋은 우리의 철학구몬 전기가오리. (막간 홍보 :https://philo-electro-ray.org/)

지금만해도 워크 스테이션이라고 독서대 겸용 키보드랑 비치 가능한 것을 샀어요. 이번에 텀X벅 후원해서 산 것입니다. 이게 써보니까 진짜 편하고 좋거든요? 짱이긴 하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 뭔가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책상은 이걸 다 버틸 수 있는 것일까요?! 이렇게 당장 책상에서 독서대를 마련한 것까지는 좋은데 그렇다고 이렇게 모든걸 영원히 늘려나가면서 살 수는 없는게 아니겠어요?!

물론 저는 …

그냥 책꽂이 하나 더 살겁니다.

절대 책 꽂을 데가 모자라서는 아니고요, 제 바로 옆에 컴퓨터를 얹어놨더니 전자파가 나오니 어쩌니 가족들이 하도 뭐라 그래서…근데 본체를 내려두면 책상이 못생겼거든요. 진짜로요.

책꽂이가 모자랍니다.

2.

사실 책은 그냥 해본 소리고 근래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대체 ‘인생이란 대체 뭐냐’는 점이었는데요… 사실 이건 너무 뻔하기도 하고… 한 80 먹어서 ‘백세시대의 k-복지 좟같네’ 하면서도 생각할 것 같고요… 인생은 결국 영원한 짝사랑 대상이다 어쩌고 이런 얘기 나이들어서 하면 젊은이들 누가 듣고 싶어하겠습니까? 너무 당연한 진리를 깨달아서 많이 떠들면 안된다는 마음가짐이 늘 있기도 해요.

하지만 여튼간에 저는 그렇다는 놈이 이 생각을 자기전에 늘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 과하게 건강해져서 ‘인생…뭐지?’ 하다가 정신차리면 5분내로 잠들어있어서 시간이 부족했다보니까 (ㅋ) 더 생각하게 되네요.

아래로는 제가 말한 중년무렵 인생을 돌아보면서 심취하는 딱 그런 느낌의 철학이 나열되어있습니다…

아니 근데 들어보세요. 저는 지난 세월 이 정도로 기운이 있던 적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무리를 해도 어느 정도 체력이 받쳐주므로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여유분의 체력’ 과 자고 일어났을 때 죽을 것 같지 않은 몸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잠이라는 게 정말 피로회복 용도가 맞다는 걸 거의 유년기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데요. 이제야 이 모든 불면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이 사실상 그냥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던 나의 지병때문이며, 이 약은 2000년도 초에 이미 개발되었고, 나는 이것만 먹으면 싹 낫는 수준이었다는 걸 깨달아버린 겁니다.

정신도 깔끔, 몸도 깔끔, 이게 스위치 누르듯 언젠가 이렇게 되는 삶을 상상해본적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진짜 덜컥 주니까 제 습관상 ‘몸이 조금이라도 나을때 모든 일을 해치우고 쓰러져 잔다’ 는 것이 오히려 저를 너무 지치게 하는 것 같아서, 근 며칠간은 억지로 보던 것을 치우고 일을 덜하고 자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처음엔 의심하고, 다음엔 기뻐하고, 그 다음엔 어이없어하는 < 이 지점에 제가 있습니다.

바라던 게 주어져도 멀뚱하게 있느라 헤매는 사람이 저일줄은 저도 몰랐거든요. 여튼 노력이 반드시 모든 일을 해결해주지도, 좌우하지도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물론 제가 평상시부터 건강에 예민하고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에 이렇게 순식간에 낫는 거기도 할텐데요. + 일단 골골대면서도 뭐라도 해놓긴 한 덕에 인생이 무너지진 않았고요.

그래서 매일 고민하고 보니까 답은 이렇습니다.

  1. 일단 어떤 답없는 상태이건 살아있어 본다는 건 정말 중요한 행위고 도전이에요. 어떤 형태로 어떤 성취없이 죽었어도 일단 사람으로서 그 숭고함은 취급해줘야 할 것 같고요.
  2. 물론 삶은 운빨 망겜이고, 매순간 돌리는 개같은 가챠이며, 기초 장비나 현질 없이는 떨어지는 것도 없습니다.
  3. 2번을 이유로 스스로 죽음을 결단하는 경우도, 저는 사실 어느정도 이해합니다.
  4. 그와 별개로 일단 연차가 무료인 게임이니 계속 돌리다 보면 뭐 하나라도 나올 수도 있습니다. 게임에서 돌리며 살고 있다면 여기서도 한번 돌려봐야 합니다.

근데 적고보니까 더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진짜 뭘까요?

지금 연어먹고 있는데 되게 맛있네요.

이게 인생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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