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써놓고 보니까 되게 바보같은 제목이네요… 사실 대단한 얘기는 아니고 방금 든 생각이에요. 근래 들어 제게는 너무 당연했던 일들을 재검토하길 끊임없이 요구받고 있어요.
이를테면 저의 습관 중에서 ‘누가 내 잘못이라고 하면 무진장 빠르게 인정’ 하는 버릇이 가장 크게 있겠습니다. 이성이 아예 안 작동하는 건 아니고, 인정한 뒤에 무작정 그놈의…책임을 지려고 하기때문에 꽤 값이 큰 행동이에요. 그러니 저는 나름 기준 있게 잘잘못을 가리는 중이라고 생각해왔는데요. 일단 고집도 세고 기준도 강하고, 사기는 안 당하고 살았으니까요.
근데 요즘 듣자하니 제가 남의 일이면 그 판단기준이 좀 더 제정신에 가까운 축이라면 제가 관련된 일일 때는 날림 공사로 단서 몇개만 제공되어도 ‘4할은 내 책임이다(실제: 아무 관련 없다고 우겨도 됨)’ 같은 식으로 결론내리곤 한다는 겁니다. 사실 그러는 게 저로서는 좀 더… 일을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고, 내가 고생하면 막장에 가까운 상황도 해결할 수 있다는 … 통제욕도 채워주고… 그걸 다 떠나서 죄책감 버튼이 심히 약하고… 그런게 아닐까요. 근래엔 너무 많은 일을 겪고 조금이나마 고쳤습니다.
그 외에도 누가 들으면 진심이냐? 싶은 마인드가 많이 있어요. 전 다들 그러고 사는 줄…
하여튼 제 얘기는 너무 무거우니까 아버지 얘기를 해볼게요. 저희 아버지는 무슨 물건을 쓰건 나름 소중히 다루는데도 불구하고 1년내로 소지품이 엄청나게 너덜너덜해집니다. (물이 들어간 시계, 박살난 화면의 스마트폰, 장식품이 우그러들고 깨지고 불쌍해진 핸드폰줄, 반들거리다못해 겉의 도색이 벗겨진 금속제 제품들… 모든게 1년내) 같은 제품을 같이 사서 쓸 때는 더 눈에 띄어요. 아니, 뭘 어떻게 하면 아버지것만 저러는 거지. 그러니 가족 입장에서는 늘 걱정 반 나무람 반으로 뭐라고 하죠. 소중히 써라, 매번 이렇게 망가진걸 쓰는 건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 잘 좀 해봐라 등등.
아버지도 나름 노력하고야 계시는 것 같은데, 저는 대략 아버지와 함께한 모든 순간에 아버지의 물건들이 잘 박살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현재진행형으로요. 그런데 그래서인지, 아니면 저도 죽도록 안 고쳐지는 못난 습관이 있기 때문인지 뭐라고 하기가 미묘해지더라고요. 막말로 엄청난 충격요법이 이루어진다면 저나 아버지나, 다른 사람들이나 어떤 ‘성질’이 되어버린 습관을 고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 괴롭힘이 되는 것도 순식간인 것 같아요. 이젠 아버지도 당신이 물건을 잘 박살내는걸 알고 말을 들으면 맞다면서 의기소침해지시거든요…(몇십년의 세월)
늘 친구를 새로 사귈 때마다 저도 모르게 검토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을 지적했을 때, 상대가 그 충고를 어디까지 받아들였는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게 고쳐야하는 건지, 고칠 수 있는건지 하는 면은 평생 미지수니까요. 저는 상대를 이해할 수 없고, 상대도 그렇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남일이니까 쉽게 지적하고 고치라고 할 수도 있기는 한데, 막상 그보다 더 오랫동안 함께 지내다보면 상대가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 능력으로 어떻게 돕거나 할 수도 없고… 나 편하자고 고치라고 하기 미묘한거죠.
그런데 이 관대함으로 제 이상한 습관을 봐넘길 수는 없더라고요.
너는……. 왜그러니.
요즘 시간날 때마다 덤덤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절 위해서라는 핑계로…
(그리고 이 결론 또한 저를 괴롭히므로, 세상엔 ‘죽기 전엔 안 고쳐지는’ 것도 실존할 것입니다. 아니면 제대로 된 전문가한테 돈내고 고치기 전엔 안되거나.)
2.
어우 심각한 얘기.
저런 얘기 차치하고 요즘 그냥 일상 내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배고프다’ 입니다.
진짜 분명 제대로 먹고 나왔는데 때되면 배꼽시계 너무 우렁차게 울려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치즈 스크램블 계란말이를 말아 먹을 때, 신난다고 디저트가게 가려다가 너무 배고파서 집에 내장탕 먹으러 들어올 때 느꼈어요. 맨속에 단당류를 냅다 처넣으면 안된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먹는게 내장탕이어서 뭔 소용이었냐 싶기도 하고… 하지만 내장탕만이 저를 만족시키는 걸 어쩌냔 말입니다…! 마들렌은 입가심이지 식사가 아니지요. 식사가…
저희 동네 놀러오는 사람 데리고 저의 맛집에 데려가서 육사시미와 내장탕 특을 같이 먹고 싶다는 마음이 늘 혼재해요. 하지만 저의 지인들중 8할은 좀 더 젊고 세련된 가게에 데려가야 할 것만 같고… 왠지 기껏 남의 지역까지 왔는데 이거 좋다고 먹여도 되나싶고… 근데 먹었으면 좋겠고… 요즘 가장 원하는 건 다소 올드하고 지저분하며 시끄러운 가게에 데려가서 저의 썩은 도토리를 나눠줘도 좋아할 지인이 산을 잘 타고 저랑 걷기 대회, 마라톤 대회도 나가주는 것입니다. 사람은 늘 지같은 꿈만 꾸며 못얻을 유니콘이나 찾아대는 것이죠. 40-50대 라인으로 가면 저와 놀아줄 중년도 있겠습니다만 저랑 상대할리도 없고 저랑 상대하는 사람을 저도 왜? 하고 의심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걸리기 전에는 말이죠. 업다운 플랭크 90회, 스쿼트 90회, 그외 다른 운동들 30회씩 3~4개 정도 더 해도 ‘아~~~ 죽을 것 같다~~모레에 또 해야지’ 정도로 끝났습니다. 그게 3개월 전인데 지금은 스쿼트 50번에 낑낑 대다가 OTL (언제적거야 이거) 자세로 엎드려서 억울해했어요. 분하게 요가매트를 때려도 그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이제 폐도 다 나아가는 참인데 복근이 안돌아오면 겁나 억울할 것 같아서 요즘 매일매일을 유산소 데이 > 무산소 데이 > 유산소 데이 > 무산소 데이 이러고 지내고 있습니다.
이러고 있으니 내장탕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결론은 정말 합당한 것입니다.
이 와중에 끊임없이 육가공 제품, 고기를 소비하는 저 자신의 태도가 마음에 걸려서 어쩌다 듣던 팟캐스트에서 동물보호 이야기라도 나오면 가슴팍이 서늘해지곤 하지만요. 단백질 섭취량을 이 아래의 선으로 내리는 것이 제 건강상으로는 두렵기도 하고 해서 최근 이 방송 (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 러닝할 때 듣기 아주 딱) 을 듣고 동물보호 인증을 받은 계란 등등을 알아봐서 소비하려고 노력중입니다.
…
그런데 별개로 저는 내장탕 중독자예요. 이 얘기는 저 혼자 고민하기 싫어서 해둔 것입니다. 똑같이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기를 좀 더 고민있게 소비했으면 좋겠어요. 생후 한달만에 도축된 생명이 막상 배곯는 사람 입으로는 안들어가고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건 별로지 않나요. 건강이나 경제적 여유가 되면 덜 먹고, 덜 소비하고… 물론 자연보호 생닭이나 계란은 비싸고, 돈 없는 사람이 너무 많고 저도 그다지 없지만… 어른스럽지 못한 태도, 모순적인 마음… 평생 이 상태로 만만한 내장탕을 퍼먹고 운동을 하러 나갈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이 얘길 하고 있지? 여튼간에 저는 탐욕스레 먹으면서 스쿼트 100회(올림)로의 회귀를 노리고 있습니다.
내장탕, 아니, 관리자 네버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