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 이상한 이야기들

액기스만 모아보았습니다.

1.

선생님들, 그거 아시나요?

저는 머리를 감을 때마다 정신을 차리면 너무 박박 문질러 감곤 하거든요. 이걸 어떻게 막을 수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어느날 떠올리고 만 것입니다.

‘사람을 감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개를 감긴다고 생각하면 안되나?’

그러곤 바로 실행해보았습니다. 부드럽게 샴푸해주고 복복복 손끝을 세워서 머릴 감았죠. 마침 요즘 머리가 길어져서 장모종을 감긴다고 생각하면 제법 몰입이 됐습니다. 원래 전에는 다른 사람을 감겨준다고 생각하고 해보자… 했는데 제가 다른 사람을 감겨줄 일도 없었을 뿐더러 사람인데 좀 막 문질러도 되지 않나? 뭔데 나보고 자기 머릴 감겨 달라 그러지? 싶은 생각에 너무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았어요. (열심히 내가 사실은 미용사라서… or 환자를… 등등 생각했지만 도무지 몰입이 안됨) 근데 이건 또… 너무 잘 먹히더라고요…

분명 검은머리에 키도 개보다 더 큰, 털다운 털은 머리털밖에 없는 포유류일 뿐인데 저는 보호센터 가서 개 감기던 시절마냥 알아서 손을 부드럽고 꼼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애를 통틀어 정말 저 자신을 그렇게 다정하게 감겨준 경험은 처음이었죠. 저는 저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니면 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뭐 그런건가? 싶을 정도로 저는 그간 제게 험한 손짓으로 샴푸칠을 하고 냅다 물을 들이부어 박박 감겨왔다는 걸 이 과몰입한 손짓으로 깨달았어요.

진짜, 진짜 시원했고요.

제가 정말 개를 사랑하는,

조금 미친놈이라는 걸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2.

백호라고 아시나요. (호랑이 아님. 사방신 아님.)

백호(白毫)라는 것은 불교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아실 법한 그런 털입니다. 국어사전을 뒤적여보니 부처의 32상 중에 하나이며, 눈썹 사이에 난 터럭이라고 되어있네요. 원래는 진주, 비취, 금 같은 것을 박아 표현하는 그런 우아하고 새하얀 털입니다. 불상의 이마에 위치한 동그란 것을 백호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그것이 사실은 털이에요.

털털 거리면서 무슨 얘길 하나 싶으신가요.

얼마 전에 팔 위로 뭔가 거슬리는 새하얀게 늘어뜨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걸 털어내려고 툭툭 털었는데 아무리해도 안떨어지더라고요. 잡아서 떼내려고 했죠. 아팠습니다.

뭐야 이거…?

무진장 쫄았어요.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제 팔에 자리잡은 기생수같은 것일 수도 있잖아요. 실제로도 상처로 파고 들어갔다가 나중에 뚫고나오는 기생충도 있지 않나요. 물론 그 정도로 광범위하게 쫄은 건 아니라서 힘줘서 뽑아버렸는데요. 대충 12cm쯤 되는 그것은, 너무도 투명하고 길어 제가 여태 눈치 못챈것이 이해될 듯 말 듯한… 털이었습니다.

이거 백호 아냐? (물론 저는 부처님도 아니고 심지어는 저의 백모(白毛)는 그냥 팔에 났습니다.) 이러면서 떨떠름하게 털을 일반쓰레기에 버렸습니다.

이런 에피소드 비슷한거 아따맘마에서도 보고 ‘사람이 어떻게 자기 몸에 난 하얀 털이 거기까지 자라는 걸 모르나 우하하’ 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제가 그런 사람이더라고요. 진짜 사람이, 지 팔에 나는 10cm 넘는 걸 매일 씻으면서 모를 수가 있습니다. 겨울철이라 더 늦게 알았나? 어디가서 말 안하려고 했는데 저 혼자 알기엔 너무 이상한 얘기여서 떠들어요.

여러분도 조심하세요. 모르는 새에 어딘가에서 당신의 기생수가 자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3.

땀 냄새 말이에요…

아니 진짜 모아보니까 땀 털 뭐 이딴 얘기만 하네요. 그래도 한번 들어보세요. 전 나름 유익한 결론을 내리며 일상생활을 하고 있고, 이게 선생님께도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근데 좀 더러운 얘기일 수도 있음.

저는 써왔다시피 골골대면서도 운동을 바지런하게 하는 인간인데요. 가장 무서운 게 하나 있었습니다. 운동복을 벗어뒀다가 빨려고 들고 가면서 ‘아니, 이거 진짜 냄새 안나네… 역시 코로나 이후로 후각이 죽었나?’ 싶어서 킁킁 냄새를 맡아봤거든요.

섬유유연제 냄새가 그대로 나고 있었습니다.

구라같죠?

저도 구라면 좋겠거든요. 이게… 신장이 망가진 건지, 아니면 여러모로 신진대사가 맛이 간건지 내적으로 오싹해져서 열심히 알아봤어요. 근데 동양인은 원래 땀냄새가 잘 안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대도 오히려 제 일상생활 내내 입은 옷들은 섬유유연제 냄새따윈 나지 않는데 왜 얘는 그대로 나는 건지 조금 무서웠습니다. 그냥 제 바람이었을까요? 나는 운동을 해도 이런 냄새가 났으면 한다는? 후각은 사실 진짜로 맛이 갔고?

그래서 더 고민을 하며 알아본 결과…

운동을 꾸준히(매일 혹은 거의 매일) 하고, 그러면서 씻기도 열심히 씻으면 겉면의 노폐물이 지속적으로 탈락되기 때문에 땀냄새가 안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추론해보면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빨래한 운동복을 입고 길어도 두시간 정도밖에 운동을 안했으니 아직 섬유유연제 냄새가 남아있을 수도 있던 겁니다. 근데 그냥 제 신진대사가 진짜 좀 죽은 것도 같아요…

어릴 때 체육관에 가거나 뭐 나이먹고도 각종 운동을 하면서 운동인들이 모여있으면 꼭 한명쯤은 ‘씻으러 가자 우리’ 싶은 냄새가 났었는데, 이제 알았어요. 그건 아마 (도장같은데 다니면) 그놈의 도복을 안빨았던 놈 때문에 났던 냄새였을 겁니다. 실제로 계속 뛰어다닌지 얼마 안됐을때는 다들 그런 냄새가 안나거든요. 땀냄새는 묵혀야 나는 것이었던 거죠.

누구나 그러라는 법은 없으니 단언해서 이래야 한다, 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운동의 효능중 하나 아닐까요? 교훈처럼 비벼봅니다.

…이거 쓰고 운동하러 갑니다. 운동 최고.

Add a comment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