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바보같은 오리인형

…을 샀어요. 얼굴 빵빵 동글… 등도 억수로 동글동글. 등지퍼를 열면 담요가 들어있어요.

이 친구를 끌어안고 컴퓨터를 하면 허리가 바로 세워진답니다. 아무래도 저는 아직은 폐가 다 나은건 아니다보니(코로나 후유증이랍니다. 무섭지요? 다들 그러니까 동계 접종 받으세요. 한 번 더 걸릴 때마다 끔찍해진다길래 저도 받으려고 합니다.) 무의식중에 숨을 쉬다가 뭔가… 걸리적거려서 앞으로 어깨가 휘고 있더라고요. 재밌게도 기관지가 수축하면 폐도 거기에 맞추려고 움츠러들고, 움츠러든 폐를 똑바로 숨쉬게 키우려면 등을 펴야하나 몸은 움츠러든데에 맞춰 웅크려들려고 한다는 겁니다. 뇌는 부족한 점이 많은 메인 관제 시스템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걸 보면 역시 신체는 단일한 개체가 아니라 각 부분이 자기멋대로 생각하며 움직이는 여러 세포의 군집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이러니까 뭘 똑바로 못하는 것 같지… 꼭 규모면에서 너무 커버렸는데 하나하나 도장찍어대는 절차는 여전해서 거지같이 굴러가는 국가나 대기업같지 않나요? 생각은 정말 많은 경우 (뇌속의) 생각일 뿐입니다. 제 팔과 다리와 등근육도 각자 나름 생각이 있을거예요.

이런 부족한 점 많은 소통불가의 신체를 심장과 뇌라는 조막만한 기관으로 (아슬아슬) (말이 될 정도로) 굴린다는 것도 재밌고, 말이 그렇지 내장기관도 하나 사라질랑 말랑 때마다 생명을 저울질하는 가장 위협적인 척도가 된다는 것도 재밌습니다. 어떤 간호학도 분께서 인간은 살아있는 것이 기적인거야, 했다는 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니 뭔 소리를 해놓은거지. 사실 그냥 오리 보라고 올렸어요. 저는 저 친구 덕분에 뭐 하려고 앉을 때마다 히죽거리고 있습니다. 빈 의자에 앉혀놓으면 진짜 왕바보같이 생긴 놈이 뭐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서 아찔하게 귀엽습니다. 사고 싶은 사람은 여기로 > (광고 아니고…그냥 저의 관대함입니다.) http://www.10×10.co.kr/shopping/category_prd.asp?itemid=4908773&disp=120106101101&pRtr=%EC%98%A4%EB%A6%AC+%EB%8B%B4%EC%9A%94&rc=rpos_1_1

+

근래 지역 카페니 레스토랑이니 뒤져놓고 이리저리 쏘다녔더니 좀더 사회친화적인 외향적 욕구가 생겨날 법도 한데, 여전히 제일 하고 싶은건 설악산 등반입니다. 한동안 설악산 등반이 제 워너비일 것 같네요. 저희 지역 등산 동아리가 7080만 받는게 아니었다면 저도 냉큼 사회친화적인 인간이 되었을텐데… 이게 다 당신들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버킷리스트엔 여전히 ‘말할 때마다 다들 웃는’ ‘농담인 줄 아는’ 것들이 들어있는데요. 최근 그것들을 정리해놓고 제 삶의 단기 목표로 삼아야 겠다는 결론을 세웠습니다. 여태까진 저도 그런 걸 너무 열심히 추구해도 곤란하다, 돈 낭비다, 역시 내가 좀 이상한 사람이다, 어디가서 말하기도 뭣하다 싶어서 접어뒀는데 제 근원에는 역시 잘못 부어진 케미컬 X가 과량 들어가 있습니다. 주변인들이 제가 대통령이 꿈이라고 할 때 웃었더라면 저도 이런 꿈을 안가졌을텐데…

대통령이나 해볼까…

Add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