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원서 읽기 ~인세인만 하고 말 줄 알았는데 어쩌다 나는~
안 그래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최근엔 출간되지 않은, 번역도 없는 룰을 하도 많이 하다보니 반 강제로 룰 관련해서 한정으로 일본어 어휘가 늘고 있어요. 언성듀엣 같은 경우도 하필 마음 급하게 원서 e북을 산 바람에 지금까지도 원어로 읽으며 쓰고 있습니다. 서플리먼트는 다행히 한국어 출간된 것을 샀습니다. 초여명, 사랑해요…
그 외에도 스토리텔러나, 블러드패스, 더블크로스(DX3 서플리먼트… 가 아마 AU 몇개 빼고 있는 것 같아요), 시편의 아르셋트(< 요 룰 제작자분은 언성듀엣, 스토리텔러, 은스나 제작자님과 동일하답니다… 이걸 다 하고 있는 걸 보면 제 취향엔 맞았나봐요) … 는 한국에 출간이 안됐지만 제 북워커 책장에는 있습니다. 가물가물 북워커로 확대도 안되는 일본어를 읽고 있으면 눈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세로쓰기도 적응 안되고 … 이 속도로 읽어서 언제 뭘하나 싶고… 하지만 더블크로스처럼 주변에 플레이어가 많은 경우에는 강제로 익숙해집니다. 급할 때 / 졸려서 눈에 뵈는 게 없을 때도 그냥 대충 음…! 부수가 동물 관련이고 이 이펙트 가진 녀석이 키마이라 신드롬인걸 보면 이 한자는 야수 아니면 발톱이겠군! (키마이라 차별적인 생각) 으로 때려맞추면 8할은 맞습니다. 저는 영자신문도 이렇게 읽어요. 음, 잘은 모르겠는데 pre-니까 앞서 뭘 하는 거겠지… 이 경우에도 7할은 맞습니다.
영미룰도 경험해보고 싶은게 많은데 아무리봐도 저의 주룰은 이러저러 편리함 덕에 자주하는 CoC, 남들과 종종하는 피아스코, 1년동안 장기캠에 들어가 있던 밤마녀를 제외하곤 (안한다더니 뭐가 이래 많아 중독자네요 하루종일 했나봐) J룰이긴 한 것 같아요. 작작하고 나도 영미룰 할래! 한국룰도 재밌더라! (ex. 아론의 사제, 너냐?!, 누가 제일 나빠 등등) 이래놓고 근래엔 무료룰도 괜찮은 것이 많다보니 또 일본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어요. 또 하필 공식 번역 없는 걸로…에모크로아라든가, 에모크로아라든가… 에모크로아라든가.
동인 번역이 있기도 하지만 공식 번역은 아직 없는 룰… 공식 시트나 코코포리아 다이스도 아직 번역이 안된 룰이에요. 남한테 영업하려면 제가 읽고 시트 번역도 좀 해놓고 다이스 사용법도 정리해놔야 한다는 뜻이지요.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티알을 할 일인가…! 이미 그러고 살고 있었습니다.
에모크로아는 안하려고 해도 너무 매력적인 룰이에요. 때마침 괴이와 감응해서 플레이어캐릭터가 신체 / 정신적으로 변화하는 룰(언성듀엣)을 다인버전으로 만든 사람이 없으려나?! 기왕이면 CoC 시나리오 컨버팅이 쉬웠으면 좋겠어!! 했더니 바로 찾을 수 있었어요. 읽을 때마다 이게 무료룰이라는게 믿기지 않아요. 기능치가 다양하다보니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기 편리하고, 전투 기믹도 다양화돼서 적당히 택티컬 하고…일단 괴이에 영향받는 설정이 상당히 룽하고… 지인 분은 기존 룰을 현대적으로 보완할 건 보완하고 오타쿠 좋아할 건 다 넣었다고 하시던데 딱 그 말이 맞습니다.
공식 사이트는 바로 이쪽 > https://emoklore.dicetous.com/
저는 마이너 인생을 너무 오래 살아서인지 뭘 쓸 때마다 홍보하고 있네요. 하지만 에모크로아! 정말 좋은 룰입니다.
뇌과학자 pc가 인간을 탐구하려는 미고에게 공명(공감)해서 신체 일부가 미고를 닮게 된다면? 미고의 사고방식을 갖게 되면서 인간에게서 한발자국 더 멀어지게 된다면? 그런 게 가능한 룰. 바로 에모크로아.
+ 그 외에도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한국어 공식 번역이 있는 네버클라우드도 최근엔 관심이 많답니다. pc가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지만, 전투 자체는 조합해서 보여줄 수 있는게 많은 더블크로스와 닮았다고 해요. 저는 J룰에서… (특히 더블크로스) “아아… 귀찮게, 이번만 나서주지.” “이번만 협력하는 거다!” “너는… FH의 ‘초월자’!” 뭐 이런 골때리는 아니메식의 연출을 할때 어떤 심리적 안정감…모든게 대충 잘 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이 룰도 분명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네버 클라우드는 여기 > https://sion-academy.wixsite.com/nctrpg
제목에서 너무 멀리 왔는데 … 새삼스럽게 말씀드리자면 대충 읽는 것만으로는 (특히 단어를 들여다보고 강제적으로 외우고 넘어가거나, 정확히 해석하고자 노력하지 않을때, 검색으로 확인한뒤 구석탱이에 던져두며 내가 펼쳐서 읽지 않는 이상 다신 그 한자를 만날 일이 없을 때) 실력은 그리… 비약적으로 늘진 않는 것 같아요. 계속 쳐다보면서 그 한자로부터 도망칠 수 없고, 뒤에도 계속 같은 한자가 나오고, 내가 이걸 남한테 다시 전달할 수 있어야하고, 번역해야 될 때 실력이 확 늡니다. 혼자 읽고서 그래 이런 내용이었지… 일단 대충 번역기 내용으로 적용하고 다시 색인 해놓은거만 그때그때 찾자. 해둔 경우엔 별로 안늘더라고요.
제 일본어 실력이 가장 크게 늘었던 것도 출간도 안된 (앞권은 절판된) 저의 본진을 원서로 사서 읽다가 세로쓰기가 너무 미워서 저 혼자 볼 용도로 번역을 적어놓기 시작했던… 10대 후반의 어느날 덕분이거든요. 작가님은 아름다운 글을 쓰시는 만큼 어려운 한자도 많이 알고 계셨습니다. 이건 일상에 쓰이는 한자가 거의 없었어요. 불쌍하게도 저는 그걸 30~50페이지쯤 애써 읽다가 울먹거리며 내려두었습니다. 그 다음에도 저는 묘한 작품을 본진으로 잡았습니다. 그 작품도 일본 작품이고 공식 출간은 안됐던 시절… 고대의 사건이라 지금은 출간이 됐습니다. 메데타시. 하여튼 원작자에게 허락받고 들어오던 번역작품이 어떤 후레새끼들의 불법공유때문에 내려간 이후로 다시금 작가님 홈페이지에 들어가 저 혼자 볼 번역을 만들어 두어야했습니다.
그 작가님은 칸 만화에 손글씨로 일본어를 적는 분이셨고요. 악필이셨습니다. 근데 그건 일상만화였고… 상용한자를 외울 기회가 되었어요. 이제와서 그랬다고 널널히 말할 뿐 저는 그 무렵에 머리를 쥐어뜯었습니다. 불쌍하게도 인쇄하면 뭐가 다를까 해서 인쇄해서 보았는데 그냥 뭉개진 글자가 커질 뿐이었어요. 해상도따윈 상관없는, 해상도를 초월하는, 선명함 속에서도 근본부터 뭉쳐져버린 망할 글자… 저도 악필이라 뭐라고 하기는 뭣했지만, 제가 만약 만화를 그린다면 (그러겠냐?) 설령 내 갠홈에 연재하는 것이라도 절대로 이런 손글씨로 적지 말아야지. 번역기로도 못알아들을 한글을 적어서 외국 독자를 수렁에 빠뜨려놓고 눈앞에 구운 조기를 흔들듯이 하지 말아야지… 이렇게 결심했습니다. 저 여전히 그 작가님 좋아합니다. 하지만 애증이죠. 농담입니다…. 농담일까? 저는 아직도 사람인 부수와 합쳐져 도무지 숫자 5로 밖에 안보였던 상상초월의 한자를 잊지 못합니다. 그래도 사랑하고…… 이것이 진짜 사랑인가봅니다. 제 첫사랑이 그 작품이었네요.
개소리만 늘어놓고 있는데 사실 저도 저 자신한테 ‘그래도 이 짓도 다 쓸모 있었어’ 라고 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에요.
사실 없었던 것 같아요. 제게 남은건 역시 1차로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비교적 덜한 노력으로 (남에게 서사를 전가하고 묘사를 기다려도 되기 때문에) 뭔가 재밌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만족감 뿐인 것 같습니다. TRPG를 열심히 한다고 내 언어실력이 늘리도 없는 거겠죠… 심지어 차라리…영어를 3배정도 잘하는데 문법도 간신히 아는 일본어… 똑디 공부도 안하는거…J룰 붙들고 늘었기를 바라는 게 좀 양심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얻는 것보다 쏟아붓는게 많은 방식으로 티알피지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주변사람들에게도 이 얘기 해주고 그러니까 날 더 소중히 여기라고 해줘야겠어요.
어떤 놈이 이렇게 열심히 하겠어, 그쵸? 저 없으면 안되겠죠?
그런 놈 많다고요?
많아도 소중히 여겨! 공산품 오리인형조차도 우리집에선 오둥이야! 이쁘다고 해!
대량생산형 인간을 존중하라! 존중하라!
존…